십계명 강해

  한나는 어머니의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 드리기 위해 다시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의사는 지난번과 똑같은 약을 내어주며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이 약을 드시고 어머니는 많이 좋아지셨으리라 생각하는데, 어때요? 이번에도 이 약을 가져가도록 하세요. 반드시 식후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의사의 말에 한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선생님, 그게 아닙니다. 이 약으로 어머니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으셨어요!" "이상한 일인 걸! 그렇다면 약을 바꾸어 써야겠는데."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어머니는 기침이 더욱 심해져서 밤새도록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가슴을 쥐어뜯기까지 하셨다구요?" 의사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내가 일러준 대로 반드시 지켰습니까? 하루에 세 번씩, 한 숟가락의 물에 타서 약을 녹인 다음에 복용하고 반드시 물을 많이 마셔야 되는데 그것을 지켰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절대로 가슴을 쥐어뜯을 만큼 기침이 나지 않을 텐데...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그것을 타당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는커녕 오히려 해을 입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그렇습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듯이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생활에도 시대상황에 맞는 처방과 기준이 있습니다. 이것을 신학적인 용어로 교리라 말합니다. 이러한 교리를 모아서 배우는 학문을 조직신학이라고 합니다.

 

  1. 교리란 무엇인가?

  교리는 우리가 믿는 내용을 ‘일반적인 지식’으로 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믿는다고 할 때, ‘이것’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며 예수님은 하나님의 독생자입니다.” 라고 할 때, 우리들은 신앙으로 수긍합니다. 이것을 교리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질문하실 때,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이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대답하였는데 교리는 신앙의 개념들입니다. 이것을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전수한 것이고, 사도들이 교회에 전수한 것입니다. 이러한 교리들이 시대의 상황에 따라서 신앙의 내용을 점차적으로 개념화 하여 체계화시켰습니다. 그러므로 교리란 신앙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의 대표적인 중심 교리는 크게 세가지로 ①주기도문 ②사도신경 ③십계명 입니다. 역사적으로 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 웨스트민트터 신앙고백, 소교리문답,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교리 / 기독교강요 등 우리 개신교의 중심적인 신앙고백들은 모두 주기도문 사도신경 그리고 십계명에 대한 내용들을 설명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세 가지가 기독교 교리의 근간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십계명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2. 십계명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어디 입니까?

  십계명은 구약성경에서 두 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한지 3개월 만에 시내광야에 도달하였을 때 시내산에 올라간 모세가 처음에 하나님께로부터 받아서 전한 것으로 그 내용이 출20:2~17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애굽의 종살이를 끝내게 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회상하면서 앞으로 살게 될 가나안 땅에서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받기 위하여는 시내산에서 받았던 십계명을 잘 지켜야 할 것을 강해하는 내용으로 신5:7~21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직접 돌판에 쓰신 것을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달한 것입니다. 그리고 십계명은 두 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신명기에 기록된 것은 시내산에서 받은 십계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강론한 것입니다. 이렇게 구약성경에 기록된 율법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전하여 주신 말씀입니다. 그 내용들을 보면 배상법, 폭행법, 도덕에 관한 법, 성막을 만드는 방법등 여러 가지입니다. 그 중에 가장 특별한 것이 십계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십계명은 모든 율법을 함축적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3. 십계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십계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부분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있어야 지켜야할 명령입니다. 둘째 부분은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칼빈은 말하기를 첫째 부분은 하나님께 경배하는데 관한 종교적인 계명이요, 둘째 부분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경건한 삶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십계명의 내용을 ‘하라’‘하지 말라’로 구분하면, ‘하라’는 계명은 주일 성수와 부모 공경의 두 가지이며, 나머지 8가지는 ‘하지 말라’는 계명입니다. 이렇게 십계명은 명령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말씀으로 “무조건적인 명령”의 형태입니다. 이 말은 십계명은 어떤 장소, 어떤 시대, 어떤 상황, 어떤 사람이든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하신 율법 중 ‘하라’는 계명이 248개, ‘하지 말라’는 계명이 365개, 613가 있습니다. 이런 결과치를 두고 어떤 신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뼈의 수와 ‘하라’는 계명의 수는 모두 248개이다. 그러므로 ‘하라’는 계명은 온 몸을 드려서 순종해야 한다. 그리고 1년은 365일, 하지 말라는 계명의 수도 365개이므로 ‘하지 말라’는 계명은 우리가 1년 내내 기억하면서 순종해야 한다.” 즉, 온 맘과 몸을 드려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성경에 기록된 총 613개 율법의 핵심을 가장 잘 요약한 것이 바로 십계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그렇다면 신약시대에도 율법(십계명)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하나님께서 왜 율법을 주셨습니까? 로마서에서 율법은 거룩하며 선한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이 율법을 다 지킬 수가 없기 때문에 율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약시대에는 율법을 어기는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성전이 파괴된 후에는 제사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 때는 어떻게 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 문제는 바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으면 해결이 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심으로 모든 죄의 문제를 해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약시대에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율법을 몽학선생(개역개정:초등교사)이라고 말합니다. 로마 시대는 자녀를 가르칠 책임이 아버지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바빠서 자녀를 가르칠 수 없는 경우에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노예 가운데 똑똑한 사람을 구해 대신 교육을 시켰습니다. 노예가 없는 경우에는 노예를 구해서 교육을 시키게 했습니다. 이 노예에게는 비록 주인의 자녀이지만 가르치고 때리는 권한도 부여받아 몽학선생(초등교사)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 선생에게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한계는 주인의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입니다. 자녀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아버지의 유업을 이을 자로 결정이 나면 그 때는 이 자녀가 노예를 다스리게 됩니다. 이와같이 율법은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오신 이후에는 더 이상 율법 아래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율법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오신 이후에는 율법은 구원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을 얻은 사람이 세상과 구별하여 살기 위해 필요합니다.

  오늘날 어떤 사람들은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고 율법은 필요가 없으니 자기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도 율법이 필요없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5:17),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마 7:21) 예수님께서는 모세보다 더 훌륭하게 율법을 해석하셨고, 그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거룩하고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한 것입니다. 당시 예수님의 가르침은 십계명의 정신을 더욱 강화시키고 더 철저하게 적용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율법(십계명)은 신약시대에도 또 그 후에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5. 율법의 주요 기능은 무엇입니까?

  율법의 기능은 로마서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죄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율법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죄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율법이 주어진 후에야 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율법의 기능은 바로 죄를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이 율법을 주신 목적은 그의 백성들에게 생명을 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선택하시고 그들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완성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율법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율법은 또한 정죄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사도바울은 로마서 7:7절에서 “탐내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탐심이 죄가 되는 줄 몰랐을 것이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율법은 우리에게 무엇이 죄인지, 하나님이 싫어하시고 미워하시고 용인하시지 아니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줌으로써 하나님의 자녀들이 죄 가운데로 행하지 않도록 가르쳐 줍니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율법에 대해서 세가지 기능을 말합니다. 첫째, 율법은 죄를 깨우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율법은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가 되어 죄인으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둘재, 율법은 우리의 양심과 함께 인간이 타락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 율법은 믿음으로 구원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그 뜻대로 살도록 알려주는 것입니다.

 

  6. 십계명의 구조

  십계명을 신학적으로 보면 제1계명~제4계명까지는 하나님에 관한 수직적인 신앙의 자세에 관한 계명이고, 제5계명~제10계명까지는 사람과 사람과의 수평적인 관계에 대한 계명입니다. 십계명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열 가지의 계명들이 안식일 계명(4계명)과 부모 공경 계명(5계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부정 계명으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부정적인 계명들은 인간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 있지 않고 도리어 공동체를 파괴할 위험성이 있는 행동들로부터 그 공동체를 지키는 데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예로써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 것을 명하는 계명은 하나님의 이름을 높일 것을 권고하며, 살인을 금지하는 계명은 생명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 증거를 금지하는 계명은 이웃에 대하여 좋은 말을 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로써 십계명의 부정 계명들은 하나님을 향한 올바른 신앙과 그에 기초한 공동체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부정 계명이 긍정 계명보다 훨씬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1) 하나님을 향하여(하나님 사랑) ① 다른 신 ② 우상 ③ 여호와의 이름 ④ 안식일

  2) 사람을 향하여(이웃 사랑)     ⑤ 부모공경 ⑥ 살인 ⑦ 간음 ⑧ 도적질 ⑨ 거짓증거 

                                           ⑩ 탐욕과 탐심

 

  7. 십계명을 시작하면서 반드시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십계명으로 시작되는 출애굽기 20장 2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 이 구절은 이스라엘에게 십계명을 주시는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십계명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자신을 특정 역사와의 관련성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애굽의 탈출로부터 홍해 바다의 구원에 이르기까지의 출애굽 해방과 연결시키는 창조주 하나님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십계명을 받은 자들은 이미 하나님의 구원 은총에 힘입어 그의 백성이 된 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십계명은 구원의 수단으로 이해될 것이 아니라, 도리어 구속함을 받은 자의 일상적인 삶이 어떠한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으로 마땅히 순종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8. 결론

  사랑하는 여러분, 어떻게 보면 십계명은 우리의 삶을 제한하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유는 하지 말라는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목사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가던 중 십계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성도님이 말하기를, “목사님, 저는 십계명이 싫습니다. 십계명을 보면 왜 그리도 ‘무엇 하지 말라’는 명령이 많습니까? 귀찮아 죽겠습니다.” 목사님은 그 사람의 얘기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몰라 암담해 하면서 말없이 운전만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두 갈래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두 갈래 길의 이정표를 바라보고 있던 목사님은 핸들을 그들이 가야 할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꺾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성도님은 놀라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목사님, 어디로 가십니까? 이쪽으로 가야합니다. 지금 목사님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으로 가라하는 이정표는 귀찮아요. 어디로 가면 어떤가요. 그냥 내 마음대로 가게 내버려 두세요!!”

 

  그렇습니다. 십계명은 우리에게 엄격한 규율로 우리의 삶을 정죄하고 경직된 모습의 경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십계명을 누가 주셨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십계명은 400년간 애굽의 포로에서 탈출시키신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의 말씀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신 이 명령은 우리를 더욱 풍성한 삶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십계명은 우리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명령이 아닙니다. 더 풍성하고, 더 기쁘고, 즐거운 행복한 삶으로 젖과 꿀이 흐르는 영적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계명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인 이 계명을 순종할 때 하나님이 약속하신 축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명령에 온전히 순종하여서 홍해를 가르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며, 만나와 메추라기로 입히시고 먹여주시어 우리의 손과 발리 마르지 않도록 치료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는 신답인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