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7.09.15 13:47

계절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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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벌써 꽃과 바람이 다르다. 향기가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리 무딘 사람도 5월의 꽃, 향기, 바람을 경험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고, 5월의 것이 다른 계절의 그것보다 아름답고 뛰어나니 5월이 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누구라도 그 이유를 알만하다. 계절의 여왕, 5월! 이 여왕 대접에 누가 딴 지를 걸고 섭섭하다 하겠는가? 그런데 5월이 계절의 여왕 말고 특별한 대접을 받는 데는 다른 이유 하나가 더 있는 듯하다. 그것은 아마 5월이 가정을 생각하게 하는 훈훈한 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도 마음도 봄의 시작과 함께 녹아내리다가 5월에 와서는 완연하게 풀리는데, 그저 풀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 포근함과 훈훈함이란 거의 절정에 달한다. 그러니 눈에 들어오는 것도, 코로 맡아지는 것도, 피부에 와 닿는 것도 절정인 이 좋은 계절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이 어찌 고개를 들지 않겠는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어찌 얼굴을 내밀지 않겠는가? 화해하고 다시 사랑하는 하는 마음이 어찌 손 내밀지 않겠는가? 그래서 5월 5일은 평소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 바꿔보는 날로 삼아 ‘어린이 날’로, 5월 8일은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은혜를 주신 부모님을 바쁘다는 핑계를 찾아보지 못했던 불효자의 모습을 바꿔보는 날로 삼아 ‘어버이 날’로, 5월 15일은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며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더 어엿하게 서는 날로 삼고자 ‘스승의 날’로, 그 밖에 근로자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으로 정해놓고 지키는 것이다. 예부터 오늘까지 나랏일을 맡아 해오던 사람들도 사랑이 꽃피우기에 5월 만한 계절이 없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5월에 다 몰리는데, 교회도 마찬가지여서 5월에는 특별히 가정적이고 관계적인 목회 활동, 사람 사랑의 목회 행정들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국가적 사회적 교회적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즘 세태는 옛날과 많이 달라져 있다. 가정과 관계 속에서 옛날처럼 사랑과 감사가 잘 꽃피지 않는다. 옛날의 설레는 그 사랑, 그 감사, 그 기분이 더 이상 없는 것이다. 희망을 거는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에서조차도 사랑이 많이 식어있고, 감사가 실종되었다. 이런 모습은 마음을 열고 기분을 살려내는 계절의 여왕이 와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파다하다. 세상이 이런 세상이고, 세태가 이런 세태다. 그렇다면 이렇듯 달라져버린 풍조와 세태, 사랑도 감사도 실종된 요즘 같은 세상 속에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왜 없겠는가! 있다. 오늘날 많은 사회적 탈선과 심각할 정도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들이 그것이다. 미국의 통계이긴 하지만, 한 달에 한 2000여명의 아이들이 뉴욕으로 몰려와서 비행청소년이 된다고 한다. 그들이 1년에 부수는 유리창 수가 30만장이고, 부수는 공중전화 부스는 3만대 이상이라고 한다. 총기 사고는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런 문제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고 가해자로 피해자로 고통을 받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 날이 갈수록 집들, 하우스(House)들은 더 멋지게 바뀌고 있지만, 그 안에 사랑은 없고, 가정(Home)은 무너져만 간다. 이런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요인은 사랑과 감사를 가정에서부터 잘 꽃피우지 못한 데 있다.
  미국 자동차 제왕이라고 불렸던 헨리 포드가 자동차 산업을 통해서 거부가 되었다. 그리고 난 다음, 고향 땅에 조그만 집을 하나 지었을 때 사람들의 눈에 그 집은 재벌 총수에게 걸맞지 않은 초라한 집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했다. “재벌 기업 총수가 살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보잘 것 없습니다.” 헨리포드가 말했다. “건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사랑이 담겨 있으면 그곳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집입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계절이 와도 가족들 간에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기쁨과 감사, 설레는 생명의 마음을 살려내지 못하면 세상이 아무리 좋아지고 부유해져도 더 많은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탈선의 길로 빠지고, 사회는 더욱 심각한 범죄로 몸살을 앓게 될 뿐이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아파하고 세태가 아무리 잘못되어 왔다 해도 너무 절망하지는 말자. 삶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포기하지 말아야 할뿐 아니라 또한 포기하기에는 이른 희망의 시간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훈훈한 사랑의 5월, 다시 사랑하게 하는 계절의 여왕은 올해도 든든한 우리 편으로 다시 찾아왔다. 이 푸르른 날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했던 지난 실수들, 마음 아프게 하고 상처주고 잘못하고 섭섭하게 했던 것들, 그래서 움츠러든 사랑과 감사의 마음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꽃피우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