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7.09.15 13:39

'억지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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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훈련을 받을 때면 훈련 받기 전부터 왜 그렇게 힘이 빠지고 마음부터 지칠까? 훈련 받기가 죽기보다 싫다는 병사들도 있고, 훈련 전날 밤 잠 못 이루는 병사들도 많은데, 대부분의 훈련병들의 얘기다. 훈련을 위해서 집합한 병사들은 벌써 지쳐있다. 마음부터 지쳐있다. “또 훈련이구나!” 반면에, 친구들과 산행이나 심지어 험난한 산악등반을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친한 친구들과 설악산 대청봉 등반을 할 때면 설악동에서 올라가서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까지 올라가는 그 난코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참 힘든 코스인데도 지치기는커녕 즐겁기만 하다. 마음이 상쾌하고 뭔가 도전을 한다는 기쁨으로 충만하다. 그 차이가 뭘까? 그것은 ‘억지로’와 ‘스스로’의 차이다.
  중국 전한 시대 회남왕 유한의 회남자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옛날에 세옹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이분에게 좋은 말(馬)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집을 나가버렸다. 하지만 노인은 말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 사람들은 왜 말을 찾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노인은 말을 잃어버린 불행이 행운으로 바뀔지 어떻게 아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정말 며칠 후에 나갔던 숫말이 암말을 데리고 나타났다. 정말로 화(禍)가 복(福이)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에게 좋은 일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노인은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복이 다시 화가 될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런데 정말 아들과 손자가 말을 타다가 낙마를 해서 아들은 다리를 다치고 손자는 눈을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복이 다시 화로 바뀐 것이다. 그 이후 어느 날, 나라에 큰 전쟁이 일어나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다 징집되게 되었다. 하지만 세옹의 다친 아들과 손자는 말 때문에 입은 장애로 징집을 면했다. 그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징집된 사람들 중에 살아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희생자이 컸던 전쟁이었다. 세옹의 아들과 손자는 큰 화를 당했지만 그 화가 목숨을 건지는 큰 복으로 바뀌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도 낫고 눈도 낫게 되었다. ‘인생사 세옹지마’, 노인 세옹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화를 당해 어렵고 힘들어도 잘 참고 인내하면 복이 된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메시지가 그 속에 있다.
  주님의 고난에 동참했다가 세옹지마 인생으로 전화위복된 사람이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질 때 구경하다 붙들려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된 구레네 사람 시몬이다. 그날 시몬은 어떻게 보면 재수 옴 붙은 날이었다. 그 많은 군중들 중에 하필 자신인가! 불현듯 짜증스런 일을 당한 시몬,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화라면 화라고 할 수 있는 그 짜증스런 일이 시몬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는 복된 사건이 되었다. 시몬은 억지로 십자가를 지다가 예수께서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이심을 마음으로 깨치고 영접하게 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이후에 시몬과 그의 아내,그의 자녀들은 초대교회 당시 걸출하게 쓰임 받는 은총을 입었다. 비록 억지로 하게 된 일이었지만 그 일을 억지로 라도 감당했을 때 임했던 생각지도 않은 복이었다.
  받기 싫은 군사훈련도 억지라도 받고 나면 알통도 생기고 복근도 생기면서 체력이 증진된다. 비록 억지로 할지라도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이다. 물론 살면서 무슨 일이든 ‘억지로 마지못해’ 하기 보다 ‘스스로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허나 사정이 그렇지 못할지라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억지로’라도 감당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들이 펼쳐지고, 전화위복의 인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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