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7.09.15 13:34

믿어주면 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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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에 ‘코지판투테’라는 작품이 있다. ‘코지판투테’,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인데, 그 오페라 내용은 이렇다. 젊은 사관 굴리엘모와 페란도에게는 각기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이 두 친구가 대화하던 중에 사랑은 과연 변치 않는 것인지를 놓고 한판 논쟁을 벌이다가 그만 서로의 여자 친구를 시험해보자는 내기를 하게 된다. 애인을 믿기는 믿는데 과연 그런지 시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굴리엘모와 페란도, 두 사람 모두 자기 애인만은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변장을 하고 서로 상대방의 애인을 유혹한다.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두 여자 모두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그런데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 조금은 놀랍다. 상대방의 애인을 유혹하는 과정에서 자기 애인보다 상대편 여성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오페라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사랑은 결코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믿어주는 것이 사랑이기에 시험하려고 하면 사랑은 망치게 되고 깨지게 된다’는 메시지를 오페라 ‘코지판투테’는 전해주고 있다.
  사랑은 철저하게 믿어주는 것이다. 비록 상대방에게 연약한 모습이 있다고 할지라도 끝까지 사랑으로 믿어주면 더 온전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성장해간다. 이것이 사랑의 힘이고 믿음의 능력이다. 믿어준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믿음의 이면에는 사랑이 있고, 사랑할 때 믿음은 더욱 커진다. 많이 사랑하면 많이 믿어주고, 적게 사랑하면 적게 믿어준다. 사랑하는데 믿을 수 없다거나 믿기는 믿는데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말은 그래서 틀린 말이다. ‘진짜’라는 말은 상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본래 그대로 기능하는 것을 말하는데, 진짜 사랑이라면 언제나 믿어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언제나 믿어주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때로 어디를 보아도 믿을 만하지 못하지만 믿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사랑, 진짜 믿음에는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어 있다.
  세상에서 믿어주기를 제일 잘하는 분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자녀를 진짜 사랑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다 아니라고 해도 어머니만은 자녀에 대한 믿음을 끝가지 포기하지 않는다. 한번 보라. 아이가 사고를 친다. 그러면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에게 불려가거나 심하면 경찰서까지 가게 된다. 거기서 어머니는 ‘내 아들은 절대 그럴 놈이 아니다’고 수십 번은 되풀이 한다. 옆에서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속으로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만은 아들 말을 믿는다. 액면 그대로 믿는다.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황이 아들의 범죄로 드러나도 아들을 믿는 어머니에게는 또 할 말이 있다. “친구를 잘못 만나서⋯” 물론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사실 ‘그 아들놈’이 왕초였다는 것을. 이렇듯 세상에서 믿어주기를 제일 잘하는 어머니는 큰 믿음의 소유자이다.
  어떤 기업의 창업주는 “뽑을 때는 의심하라. 그러나 일단 뽑았으면 믿으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믿어주어야 그 사람이 가진 능력과 잠재력이 나온다는 말이다. 믿어주어야 좋은 것이 나온다. 믿어주어야 좋은 쪽으로 변화되게 되어 있다. 기적 같은 일도 믿어줄 때에야 비로소 벌어진다. 베이징 올림픽의 야구 우승은 오래 기억에 남는 명승부였다. 준결승전까지 4번타자 이승엽은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었다.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4번 타자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한방 쳐주면 된다”고 하면서 끝까지 믿어주었다. 결국 준결승과 결승의 홈런 두 방이 한국을 우승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었다. 그뿐인가?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던 안정환 선수는 어이없는 페널티킥 실수로 경기를 수세로 몰아가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다행히 경기 종료 직전 설기현 선수의 동점골로 경기가 연장전까지 가게 되었을 때,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그를 끝까지 뛰게 했다. 결과는 대한민국의 2-1 역전승!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무너뜨린 것은 선수에 대한 감독의 철저한 믿음이었다.
  믿어주면 변화된다. 믿어주면 달라진다. 믿어주면 기적 같은 일도 벌어진다. 내 주위 사람들을 많이 믿어주는 여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가족을 믿어주고 친구를 믿어주고 직장 동료를 믿어주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믿어주는 여름, 참으로 근사하지 않겠는가? 미워하고 불신하고 짜증내면 무더운 여름에 불쾌지수만 더할 뿐이다. 여름 불쾌지수 높이는 일일랑 지혜롭게 내려놓고 사랑으로 이해하고 믿어주는 여름을 보낼 때 어느덧 다가올 저 가을에 좋은 인생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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