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유행했던 ‘최불암 시리즈’ 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최불암씨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시체 옆에서 농약 병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걸 먹고 죽은 것이다. 사람들은 최불암씨가 왜 자살했는지 그 사연이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연이 기구했다. 출출했던 최불암씨가 먹을 것을 찾다가 그 문제의 병을 발견했는데, 그 병에 영어로 이렇게 씌어 있었단다. "danger", “위험”이라고 적힌 것이다. 마시면 안 된다는 뜻이었는데, 출출했던 최불암씨는 그 단어를 ‘단거’로 이해하고 누가 볼까 홀랑 마셔버렸던 것이다. 작정하고 지어낸 유머라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이 얘기 속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무슨 교훈인가? ‘신중함과 절제함이 없으면 어이없는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 속의 값진 교훈 아니겠는가? 당장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신중함이나 절제함 없이 음식물을 취했다가 어이 없이 당한 봉변, 단순한 우스갯소리지만 신중하게 바라보고 지혜롭게 절제할 줄 아는 자세가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스갯소리를 예로 들었다고 별 것 아닌 교훈을 억지로 무겁게 비약시킨 듯한 느낌을 받는가? 신중하지 못했다가 어이없이 봉변을 당하는 사건은 우리 주위에서 종종 듣거나 겪게 되는 일들이다. 뉴스에 보도됐던 어느 시골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침에 깨어보니 남편이 마당에 쓰러져 있는데 흔들어도 일어나질 않는 것이다. 죽은 것이었다. 그 남편이 죽게 된 사연이 이랬다. 지난밤 술을 매우 과하게 하고 집에 들어와 곧장 쓰러져 잠들었다. 그리고는 새벽녘에 화장실을 보고 오다가 갈증을 느낀 남편이 마루에 있던 물을 보자마자 단숨에 들이켰는데, 그 대접의 물이 제초 농약이었던 것이다. 이 남자가 죽은 사연도 최불암시리즈 사연만큼이나 기구하다. 우스갯소리의 출출했던 최불암씨나 제초 농약을 물로 생각하고 잠결에 들이마신 남편이나 그 삶의 모습이 신중함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런가 하면 절제함이 없어서 낭패를 보거나 인생을 어지럽고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신중함의 결여와 마찬가지로 이 절제함이 없는 삶도 경우에 따라 큰 봉변을 초래하기도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전 세계인들에게 1억 4천만장 이상의 음반을 팔았다. 경이적인 기록이다. 그래서인지 음악전문가들은 전 세계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가수로 주저함 없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꼽는다. 그러나 이 천재 가수는 심장마비로 1977년 마흔 두 살의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심장마비 요인은 ‘무절제한 식생활로 인한 비만’과 ‘약물 과용’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엘비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도넛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단 음식을 즐겼는데 뚱뚱해져가는 몸을 보고도 조절하지 않고, 거기다 온갖 약물까지 남용했단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마비를 맞은 것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약물중독으로 짧은 생을 마쳤는데,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이클 잭슨이나 무절제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큰 변을 당한 무절제의 사람들이다. 오늘날 인기 연예인들 중에도 마약복용이나 도박 등과 같은 무절제한 삶을 살아가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중함의 결여와 무절제한 삶이 초래하는 어려움은 큰 봉변으로만 날아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작은 변으로도 닥쳐온다. 대형마트에 쇼핑 한번 다녀오면 당장 살 필요 없는 물건도 잔뜩 사가지고 온다. ‘비주얼 엠디(Visual MD)’ 즉 ‘비주얼 머천다이징(Visual Merchandising)'이라고 하는 고도의 판매 전략 상품 배치에 신중함과 절제력이 상실된 것이다. 처음 들어갈 때 꼭 필요한 물건만 사려던 결심은 숲으로 돌아가고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마트를 나오게 되는 무절제하고 비신중한 충동구매가 잦아지면 어딘가 모르게 삶의 균형이 깨지고 어딘가 모르게 마음도 인생도 흐트러진다.
이 세상에는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많은 올무와 유혹들이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유혹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올무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잘 보면 그 삶에 ‘신중함’과 ‘절제’가 없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절제하지 못해서 유혹에 빠지고 신중하지 못해서 올무에 걸린다. 그래서 어이없는 봉변을 당하거나 삶이 어그러지고 망가진다. 심한 경우 인생이 폭삭 주저앉기도 한다. 그뿐인가? 많은 관계의 어려움, 관계의 깨짐은 또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 역시도 대부분 신중하지 못한 말과 행동, 무절제한 행동양식으로부터 온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에서 ‘신중함’과 ‘절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일과 삶과 인생을 망치는 무절제함, 신중함 없는 삶을 방치하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중함’과 ‘거룩한 절제’를 가지고 본능적 욕망과 충동을 자제하고 잘 다스리며, 말과 행동양식 또한 잘 조절하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신중함과 절제는 삶을 조절하는 지혜를 준다.
칼럼
2017.09.15 13:35
삶을 조절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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