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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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교우님들께
  
  오늘은 사순절 마지막 날입니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는 무덤 속에 누워계십니다. 예수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에게는 절망과 두려움의 시간이었고,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은 근심거리가 사라졌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몇 년 전 북한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상당 기간 감옥살이를 했던 목사님이 얼마 전 이런 글을 써서 올렸습니다. 

 

  “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의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거의 3년 가까이 어둠의 길고 긴 터널을 걷게 되었습니다. 긴긴 어둠의 시간이 계속 되었습니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한두 달이 아닙니다. 독방에서 949일을 혼자 보냈습니다. 그래서 한 달 두 달 집 안에 있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오히려 즐겁고 기쁩니다. 잘 먹고 잘 쉬고 운동하고 책 읽고 영화도 보고 찬송과 예배시간도 제한받지 않고 …. 너무 좋지요.  
  매일 8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노동이 없는 안식이란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혼자서 3,000번 밥을 먹었습니다. 같이 식구들과 밥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지상천국이지요. 가정의 회복도 축복이고요. 주일을 134번을 혼자 예배드렸습니다. 인터넷으로 유튜브로 예배할 수 있다는 것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복이지요. 
  많은 죄수를 수용할 수 있는 감옥이었지만 저 하나 집어넣고 50명의 간수가 지켰습니다. 24시간 2시간 씩 교대로 2년 7개월을. 아무도 감독하지 않고, 자가 격리라는 것도 2주간만 지나면 자유니까 어려울 것이 없지요. 총 차고 옆에서 24시간 감사하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노래할 일이지요.
  처음에 두 달 노동하면서 몸은 다 망가졌습니다. 12지장이 상해서 한 달 동안 배를 움켜잡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몸이 망가지지는 않지요. 12지장이 상할 일도 없지요. 정신상태만 건강하면 잠 못 주무실 일은 없지요.
  겨울에 석탄 창고에 들어가 하루 8시간씩 중노동 하며 얼어붙은 석탄을 까다가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피가 터지더니 열 손가락이 전부 관절염이 걸려 접히지가 않았습니다.(손은 아직도 많이 아픕니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석탄재로 더러워진 몸을 겨울에 찬물로 씻고 잘 이유도 없지요. 우리는 따뜻한 잠옷 입고, 침대에서 전기장판 갈아 놓고 자고, 따뜻한 온돌에서 자지요.
  몸무게는 23kg이 빠졌고 발가락은 전부 동상에 걸려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2년 7개월 9일 동안의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습니다. 두 달 동안의 일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런 고통이 15번 이상 계속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예기치 않은 일이 갑자기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옥에 혼자 있다 보니 함께하던 가족들, 교회 성도들, 함께 예배하던 성도들, 교제하던 형제들이 너무도 그리웠습니다. 가족들이 너무도 보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품에 안겨 울고 싶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평범했던 일상생활이 엄청난 축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범한 삶의 축복을 알아야 합니다.
  날마다 먹는 평범한 식사를 감사해야 합니다. 매일 사용하는 평범한 온수 사용을 감사해야 합니다. 잘 모르고 매일 누렸던 평범한 자유의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있는 우리 국민들이 지난 한 달 전 평범하게 살던 삶의 귀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해방된 것이 마치 죽음에서 해방된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자유의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집안에서 1년을 꼼짝없이 지내라고 해도 그리 힘든 일이 아닙니다. (이하 생략)”


  이 목사님은 고난을 당하기 전에는 평범한 일상이 축복인 줄 모르다가 고난을 당한 뒤 비로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불편, 짧은 어둠의 시간마저 참고 견디지 못하고 원망과 투정을 일삼습니다. 그러나 원망과 불평을 한다고 이 시간이 짧아지거나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불편한 시간, 어둠의 시간을 믿음을 가지고 묵묵히 참고 견뎌낸 사람만이 삶의 대가가 될 수 있습니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오듯 주님이 무덤 속에 누워계신 시간도 지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죽음의 강을 건너와 생명과 희망을 주신 주님을 벅찬 기쁨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우리 모든 교우들의 가정에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0. 4. 11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양재천 담임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