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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굴로와 지중해 난민
 
  유라굴로는 헬라어 ‘유로스(동풍)’와 라틴어 ‘아퀼로(북동풍)’의 합성어로 크레타 섬의 이다 산맥에서 발생한 북동풍이 난기류를 만나 형성된 강력한 돌풍으로 몰타사람들은 ‘그레갈레’ 라고 합니다. 일단 돌풍이 불면 큰 돛을 단 배는 쉽게 전복되므로 돌풍이 잦은 9~10월은 항해를 쉬기 마련인데 백부장 율리오는 쉬지 않고 크레타 해변을 끼고 항해하다 돌풍을 만납니다. 이천년 전의 항해술은 수심이 깊은 바다를 넘나들 수 있는 수준이 못되고 행27:13에 나오는 것처럼 해변을 따라 살금살금 이동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돌풍을 만나 배가 해변 모래톱에 밀리거나 암초에 걸리면 항해는 그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지난해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 수는 3279명이나 됩니다. 올들어 지중해를 넘어 유럽에 건너오려다 사망한 난민 수는 4월에만 벌써 1750명이 넘어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 사망자가 3만 명 이상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56명)에 비해 30배를 넘어선다” 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같은 추정은 지난 4월 19일 지중해 해안에서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돼 800여명에 달하는 난민이 숨진 이후 나왔습니다.

  또 5월 25~27일 사흘간에만 전복 내지는 난파되는 사고가 3건이 있었습니다. 이 때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 1만3천~1만5천여 명이 구조되고 700여명이 숨졌습니다.
  6월8일자 YTN에 의하면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들어서만 2814명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는 등 2014년 1월부터 지금까지 사망한 난민은 모두 10085명으로 집계된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에도 지중해항해는 이렇게 위태로운데 로마 백부장 율리오는 2천년 전에 조악한 조선술로 만든 나무배로 태풍이 올라오는 계절에 항해를 감행하였습니다. 무식해서가 아닙니다. 바다에 잔뼈가 굵은 탁월한 선장과 유능한 선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태풍이 올라오는 계절을 피했을텐데 율리오 곁에는 지중해전문가인 선장과 선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탁월한 선장과 선주와 함께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는데 그것은 너무나 위험한 항해를 저질러버린 것이었습니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경험에 기반한 합리성이 그들을 광풍의 지옥 한 가운데에 빠트렸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지중해에서는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의 생존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경험에 기반한 합리성의 덫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