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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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렀던 자리도 아름답다.'

흔히 남자 화장실에서 적혀있는 글귀다. 이말이 화장실에서 정말 적용되는지는 분명히 모르겠지만,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들에 잠잠히 귀를 기울여보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은 그 사람이 떠난 다음 그 가치가 증명됨은 분명하다.

다음에 내용은 실제로 어떤 사람이 남긴 유언장의 내용이다.

1. 유일선의 딸 즉 손녀인 유일림(당시 7세)에게는 대학 졸업 시까지 학자금 1만 달러를 준다.

2. 딸 유재라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당 5천 평을 물려준다.
  단,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미고 결코 울타리를 치지 말고 유한 중고등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여 어린 학생들이 티 없이 맑은 정신이 깃든 젊은 의지를 지하에서나마 더불어 느끼게 해달라.

3. 내 소유의 주식 14만 941주는 전부 한국 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

4. 아내 초미리는 딸 재라가 그 노후를 잘 돌보아주기 바란다.

5.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거라.

이 유언장은 바로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것이다.

그는 일찍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회계사로 일하며 성공한 삶을 누리다가 일제시대에 병원과 약품이 없어 죽어가는 조선인들을 보고 고국으로 돌아와 유한양행을 창업한다. 그리고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그는 기업의 이윤을 거의 모두 종업원들에게 배분해주고 학교를 세우는데 사용한다. 당시에 흔한 탈세조차 한 번 하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기업활동을 한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욕심만을 위하지 않았고, 세상을 떠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는 그가 진정 아름답다. 이 유언장은 그의 자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또 도전을 준다. 이렇게 멋진 인생을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한 영향을 받는다.

아름다운 사람은 그 사람이 떠난 자리도 아름답다. 마치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 것 처럼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의 열매로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 열매는 그 사람이 떠난 다음에 분명히 보인다.
잠시 잠깐 이땅에 머무르다 갈 때에, 머물다간 그 자리가 아름다운 열매로 가득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좋은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