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7.09.15 13:48

독수리 양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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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이야기 중에 한 이야기이다. 어느 한 인디언 소년이 높은 절벽 위에서 독수리 알 하나를 발견했단다. 그 아이가 그 알을 집으로 가져다가 닭장 안에 두었더니 어미 닭이 그 알을 품게 되고 독수리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독수리는 자연스럽게 병아리들과 함께 자라난다. 시간이 지나 이 독수리는 보기에 아주 수려한 독수리가 되었다. 하지만 독수리는 닭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자신을 닭이라고 여기고 살아간다. 자신이 독수리이면서도 독수리인지 모르고, 멋지고 힘찬 날개로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그냥 보통 닭처럼 살아간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게도 다른 독수리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독수리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독수리인 것을 깨닫거나, 그래서 날아 간다거나, 그동안 키워줬던 어미닭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거나 하는 반전 없이, 지극히도 평범하게 끝난다. 보통 닭처럼 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닭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수리의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독수리가 독수리답게 살아가려면 좋은 독수리 부모가 있어야 한다.

어미 독수리는 다른 짐승들로부터 새끼나 알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절벽 위에 둥지를 만든다. 그런데 그냥 나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시나무로 만들고, 그 위에 동물의 가죽을 깔아 놓는다. 그런데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이 포근한 보금자리인 둥지의 가죽을 벗겨 버린다. 그러면 뾰족한 가시가 새끼를 이리저리 찔러서 새끼 독수리가 둥지로부터, 더 나아가서는 부모로부터의 분리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 그 새끼 독수리는 높은 절벽 위에서 위험하게 서있는다. 강한 바람을 받으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경험한다. 크나큰 자연 앞에 혼자 몸으로 맞서며 공포를 느낀다. 그때, 어미는 어디에 있는가? 어미는 어찌 보면 무심한 듯, 어찌 보면 모른 척 하듯 저 멀리 하늘 위에서 새끼를 방관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방관이겠는가? 어미는 새끼만을 주시하고 항상 지켜본다.

그러다가 새끼 독수리가 절벽 아래도 떨어지면, 어미 독수리가 날아와서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며 날개짓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새끼를 날개로 받아낸다. 몇 번이라도 새끼가 날 수 있는 독수리가 될 때까지 어미는 새끼를 절벽 위에 세우고, 또 지켜보고, 떨어지면 받아낸다.

이런 독수리가 키운 새끼 독수리가 진짜 독수리가 된다. 멋진 날개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진짜 독수리 말이다.
우리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호랑이 새끼가 고양이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고양이 새끼가 호랑이가 될 수도 없다. 자녀들을 강하게 키우려면 강한 부모가 되어야 하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로 양육하려면 부모가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점점 나약해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온실 속에서만 키운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본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자녀들을 보호하고, 때가 되면 분리되게 하고, 또한 세상의 강한 바람을 맞이하게도 하고, 그러면서도 지켜보고 도와줄 수 있는 멋진 자녀들을 키워낼 수 있는 멋진 부모들이 많아지길 소망해본다.

또한 우리에게도 우리를 만드신 이가 그런 사랑을 기울이고 있음을 기억하는 한해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