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길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고민하고 갈등하고 망설인다. 한번은 나의 아들이 내게 와서 말했다.
“아빠,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고등학생은 만 원이고 대학생은 만 5천원이래. 내가 동안(童顔)이니까 그냥 고등학생이라고 그럴까? 어떡하지?”
아이의 망설임에 내가 말했다.
“얘야, 뭘 그렇게 갈등하고 망설이니. 너 대학생이잖아. 속이려고 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학생이라고 말하고 깎아. 그래야 마음이 편한 거야.”
그래서 갔더니 머리를 예쁘게 아주 잘 깎고 왔다. 좋은 곳에 가서 제 돈 주고 깎으니까 멋있어서 좋고, 망설일 필요 없이 떳떳하게 깎으니까 마음 편해서 좋고 그런 것이다. 그랬더니 새내기 대학생이고 어려보인다고 알아서 3천원이나 할인해줬단다. 만 2천원에 깎고 와서는 만족해하는 아들을 보면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불의하고 악한 일을 놓고 마음에 갈등과 망설임이 있으면 스스로 넘어지고 속기 쉽다. 나만 넘어지고 속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넘어뜨리고 속이는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을 범죄 용어로 ‘사기’라고 한다.
요사이 사기가 얼마나 극성을 부리는지 우체국 택배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며칠 전 내게도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소포가 반송됐다는 것이다. 2번이나 반송됐으니까 찾아가려면 9번을 누르라고 한다. 나는 순간, 우체국에서는 절대 이런 전화나 자동응답기를 돌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 이것이 요사이 기승을 부린다는, 소위 ‘전화택배사기’라는 걸 알아챘다. 9번을 누르고 나면 주민등록 번호를 입력하라고 하고, 그 다음 개인정보를 빼내서 돈을 빼내가는 수법이다. 이렇게 해서 거액의 돈을 인출 당한 사람, 신분을 도용당한 사람, 국제 전화 요금이 왕창 나온 사람 등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란다. 아무리 양심 없는 사기꾼이라지만, 이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그래도 꽤 망설임이 있지 않았을까?
얼마 전 전남 보성에서 목사가 세 자녀를 살인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 사람은 목사가 아니다. 신학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고, 어느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적도 없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스스로 목사가 됐다. 암자 같은 것을 차리고 스스로 중이 되어 돈을 많이 번다는 땡중처럼 목사노릇 하면 돈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 사람도 자기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좀 망설이지 않았을까? 세 자녀를 죽이고 발각되기까지도 자수와 은폐 사이에서 망설이지 않았을까?
한번은 신문에 “반기문 유엔 총장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영광스럽고 자랑스런 반 총장의 이름을 행사나 영업에 도용해서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속임수가 최근 비일비재한데, 그러다가 고소를 당하면 공갈 사기 등의 죄목으로 법에 저촉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경고성 기사였다. 반기문 총장은 자신의 명의를 도용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아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단다. 반기문 총장의 생애와 업적을 너무 미화하고 과장했던 것이다. 이런 사기극들은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사례가 한둘도 아니다.
사람에겐 가야할 길이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다. 해서 되는 일이 있고, 절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러므로 불의 앞에 망설이지 말라. 그리스도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미워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는 일에 망설이지 말고, 살리고 세워주는 일에도 망설이지 말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요구하시는 삶은 ‘망설이지 않는 삶’이다. 망설이지 않으면 주님께서 기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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