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대법원장이 퇴임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사람에게는 지고 못사는 기질이 있다.” 소송 하나하나를 보면 그렇단다. 수긍해야 하는 소송건에도 끝까지 싸운다는 것이다. 남의 약점을 어떻게든지 찾아내서 그것으로 자기의 이익을 만들어 가고 이기려고 한단다. 소송건과 재판장에서만 그런가? 청문회를 보더라도 약점 찾아내기다. 업무 수행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어떻게 직책을 수행할 사람인지 강점을 찾아내고 세워주려 하는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하든지 약점을 찾아내서 짓누르고 짓밟으려 안간 힘을 쓴다. 그런데 그처럼 약점을 잘 찾아내고 공격 잘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시대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그런가? 약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인가?
베이징 올림픽 때 왕기춘 선수가 일본선수와 결승전을 벌이는데 정보가 입수됐다. 상대 선수가 다리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희소식인가? 바짝 당겨서 그 다리를 몇 번만 걷어차면 상대는 더 이상 시합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것은 절호의 기회였고, 승리는 왕기춘의 것이 될 판이었다. 하지만 일본선수의 다리 부상을 안 왕기춘 선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부상당한 다리를 염려하여 자기의 기술조차 제한했다. 마음껏 공격하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역습을 당한 왕기춘은 눈물을 머금고 금메달을 내줘야만 했다. 결승전까지 오른 노련한 상대 선수가 그것을 왜 몰랐겠는가? 경기가 끝나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승리자는 저 왕기춘 선수다.” 왕기춘은 고개를 떨구어야 했지만, 그야말로 진정한 선수였고 진정한 승자였다.
같은 올림픽 베드민턴장에서도 결승전을 놓고 부상이라는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경원, 이효정 선수가 중국선수와 결승전을 벌이는데,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이경원 선수가 발목 부상을 당한 것이다. 베드민턴에서 발목 부상은 치명적이다. 이경원 선수의 발목부상을 알아챈 중국선수들은 그 기회를 놓칠세라 이경원 선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금메달은 중국선수들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동료의 부상과 상대의 약은 전략 앞에서도 이효정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홀로 두 몫을 해가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름다운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 선수들이 과연 진정한 승자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때로 원치 않는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마음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마음과 실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부상과 약점을 자기 승리와 이익의 발판으로 삼는다. 특히 상대가 이익이나 승리를 놓고 다투거나 경쟁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볼 것도 없다. 상대의 약점이나 처지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집중 공격 전략’을 가지고 무자비하게 덤벼든다. 그들은 결코 과정의 승리를 중시하지 않는다. 결과만 내 것이면 그만이다.
무한경쟁 시대 속에 살면서 승리가 주는 맛이 아무리 달다 하더라도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그가 아무리 승자라도 애처롭고 애석하게만 하다. 진정한 성공과 승리를 원한다면 과정이야 어떻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세상의 그른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고, 진정한 승리 역시 과정부터 떳떳해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칼럼
2017.09.15 13:43
결과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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