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하면 뭐니뭐니해도 김치이다. 세계 사람들이 알아주는 음식 중에도 김치가 빠지지 않는데, 김치는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배추김치, 무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열무김치 등. 그런데 깍두기는 김치인가? 아닌가? ‘깍두기김치’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김치가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애매한 게 ‘깍두기’인 것 같다. 요즘은 뭐 제 자리를 잡아서 그대로 ‘깍두기’지만, 원래 깍두기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음식이었다. 김치를 담글 때 무채를 썰어 김칫속을 만드는데, 더 이상 썰기도 어렵고 그대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마지막 조각, 그 남는 무조각을 깍뚝깍뚝 잘라서 남은 양념에다가 버무렸던 것이 ‘깍두기’였다. 여기서 유래된 말로, 놀이할 때 편을 나누다가 맨 나중에 남는 애매한 사람을 가리켜 ‘깍두기’라고 불렀다. 정체성이 불분명했던 ‘깍두기’, 놀다가 간첩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던 애매한 존재가 ‘깍두기’였다.
예수님의 시신을 가져다가 장사를 지냈던 ‘아리마대 요셉’은 ‘깍두기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경건한 사람으로 주님의 죄 없으심을 보았고, 비록 드러내놓고 예수님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감춰진 그리스도인이 분명했다. 산헤드린 공회원으로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이기로 결의할 때 그 자리에서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다른 산헤드린 공회원들, 예수님에게 악한 감정을 품고 있던 동료들과는 전혀 다른 관(觀)을 가진 사람이었다. 성경은 그를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였다고 말한다. 그는 진리를 보려는 자였고,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자였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의 눈에 비친 예수님은 죄인이 아니었다. 의인이었고, 단순히 선지자와도 다른 특별한 분이셨다. 그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이 하셨던 말씀들을 생각할 때마다 옷깃을 여며야 했다. 비록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주님의 제자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그는 예수님을 통하여 이제껏 기다려온 하나님의 나라를 보는 듯했다. 그는 어느 사이 마음으로부터 예수님을 영접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마침내 십자가에서 운명하셨을 때 아리마대 요셉은 심히 떨리고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 없었다. 기득권자들의 눈에 정치적 제거 대상으로 찍혔던 것일 뿐,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셨던 것일 뿐, 예수님은 십자가형을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분이셨다. 죄가 전혀 없으신 분, 의로우셨던 분,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나게 하고 바라보게 하셨던 분, 그런 분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이었다. 그분은 분명 기다려온 메시야가 틀림없었다. 아리마대 요셉은 예수님께서 십자에 달리셨을 때 비로소 그분의 실체를 똑똑히 보았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고, ‘완전한 의인’이셨고, ‘그리스도’셨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을 때 아리마대 요셉은 ‘깍두기 같은’ 자신의 모습을 비로소 벗어던졌다. 산헤드린 공회원으로 예수님에 대한 불의한 결정 앞에서 진리를 외면했던 자신의 모습을 참회하기라도 하듯 진리와 의를 붙드는 심정으로 당당히 전면에 나섰다. 이제는 분명한 신앙인으로, 분명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상과 동료들, 빌라도 앞에 당돌히 서서 주님의 시신을 요구했다. 자기와 가족을 위해 쓰려고 마련해두었던 새 무덤에 주님을 정성껏 장사지내드리겠다는 결심 앞에서 이제 그는 더 이상 움츠리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손해나 위험, 닥쳐올 어려움을 염려하지도 않았다. 주님의 죽으심 앞에서 비겁하고 부끄러웠던 신앙, 애매했던 모습을 통탄했을 때 주님을 향한 그의 진심이 용기 있고 아름답게, 거룩하고 당당하게 드러났다. 그는 더 이상 깍두기가 아니었다.
연세대 교수도 지내고, 한국예술종합대학 학장도 역임했던 분인데, 성악가로서도 아주 유명한 분이 있다. 임웅균 교수라는 분이다. 그가 한번은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다. 인터뷰 중에 라디오 진행자가 임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은 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신데, 교수님은 어떻게 항상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십니까?” 이에 대한 그분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I am christian! I am christian! I am christian!” 유난히 목소리도 컸던 그분은 이렇게 크게 세 번을 외치듯 대답했다. 단지 그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다는 그의 반응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 그렇구나! 저 분은 예수님을 정말로 믿는 그리스도인이구나!’ 참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과 당당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통하는 같은 말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예수님을 정말로 믿는 사람들은 애매한 깍두기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자기신앙을 감추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I am christian!"라고 외치면서 당당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
칼럼
2017.09.15 13:41
I am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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