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7.09.15 13:38

내가 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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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익두’라는 깡패가 있었다. 그가 평양 시내를 다니면 사람들이 김익두가 나타났다며 피했을 만큼 포악하기로 유명한 깡패였다. 어느 날, 스완논 선교사가 노방 전도를 하다가 김익두를 만났다. 선교사님은 깡패 김익두에게 전도지를 건네면서 말했다.
  “예수님 믿고 천국 갑시다.”
  그랬더니 김익두가 전도지를 탁 받아 채더니 코를 확 풀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너나 천당 가라!”
  그러면서 코 푼 전도지를 던져버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교사가 말했다.
  “청년, 전도지에다가 코 풀면 코가 썩어요.”
  김익두는 질세라 내뱉었다.
  “네 코나 썩어라.”
  그리고는 그날 밤에 잠을 자려는데, 김익두는 왠지 잠이 오질 않았다. 낮에 만난 선교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왠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전도지에다 코 풀면 코가 썩는다’는 코쟁이 선교사의 말이 귓가에 맴돌고, 김익두는 정말 코가 썩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날 밤 김익두의 가슴 한켠에 이상한 바람이 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교회 앞을 지나는데, 아니 그 선교사님이 부흥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김익두는 슬며시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서 가만히 말씀을 듣는데, 마침 하시는 선교사님의 말씀이 가슴에 꽂혔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 짐승보다 못합니다!”
  “예수 믿고 구원 받아 사람답게 사세요!”
  이 소리에 깡패 김익두의 아집은 무너졌고, 그는 복음을 받아들였다. 김익두는 그 날로 두문불출하며 선교사님께 받아 온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깡패 김익두가 보이지 않자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평양 시내에 김익두가 죽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고 사람들은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로 알았던 김익두가 버젓이 살아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놀라며 김익두가 죽지 않았느냐고 소리들을 쳤다. 그 때 김익두가 말했다.
  “예, 맞습니다! 옛날에 김익두는 죽었습니다!”
  “오늘의 김익두는 새롭게 태어난 김익두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이후 깡패 김익두는 신학교에 들어가 한국 기독교 선교 초기에 귀하게 활약했던 그 유명한 김익두 목사가 됐다.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괴롭히던 옛 자아 깡패 김익두를 죽이고, 겸손히 낮아진 십자가 복음의 사람으로 새 삶을 산 인생 결과였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은 자신을 죽일 줄 아는 삶이다. 아집도 죽이고, 고집도 죽이고, 자존심도 죽일 줄 아는 것이 진정 그리스도인다운 삶이다. 죄악된 모습의 내 아집이 살면 뭐하겠는가? 이기심에 사로잡힌 옹고집으로 살면 뭐하겠는가? 바울은 그것이 다 쓸데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고백한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갈 2:20a)
  포악한 옛 자아를 죽이고 새롭게 태어난 김익두 목사처럼, 자신은 죽고 예수로 사는 자 날마다 죽는다는 바울처럼 우리도 죽자. 많이 죽었지만 조금만 더 죽자. 내가 죽으면 내 안에 주님께서 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