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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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기만 하는 자는 확실한 것을 보지 못하고 희미한 것을 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옛날의 거울은 유리로 만든 것이 아니라 동이나 철로 만든 것이어서 비춰지는 상이 흐릿했습니다. 또렷하지 않고 희미하게 반사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만 하고 행하지 않는 사람은 마치 희미한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복음의 진수를 꿰뚫어 보지 못하고 그 뜻을 희미하게만 아는 사람입니다. 실험실에서 직접 실험을 해본 경험적 지식이 더 유용하듯이, 생활 속에서 얻어진 지식이라야 살아있는 지식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도 삶으로 부딪치며 직접 체험해볼 때 그 말씀의 진수, 복음의 신비를 비로소 터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삶의 경험을 통하지 않는 지식은 인생의 표면적 부분만을 보는 것과 같지만, 삶은 경험을 통과한 지식은 인생의 내면을 통찰할 수 있는 깊이를 줍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질 때 코끼리 다리를 기둥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코끼리의 다리입니다. 장님은 코끼리를 부분적으로만, 그것도 자신의 느낌에 따라 알뿐입니다. 이처럼 자신은 들은 말씀에 대하여 자기 주관에 따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장님처럼 부분만을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삶을 통하여 복음을 총체적 의미로 파악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늘 희미한 복음으로 여전히 무기력하게 살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거울로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겉모습뿐입니다. 속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말씀을 듣기만 하여 행하지 않는 사람은 거울로 겉모습만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완전한 기쁨을 맛볼 수 없습니다. 오직 말씀을 듣고 행하는 자만이 자신의 속사람을 들여다보게 되어 깊은 진리의 바다에 이를 수가 있는 것입니다. 듣기만 하는 자는 육체의 모습 밖에는 볼 수 없지만, 행하는 자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 경험되는 은혜의 강물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듣기만 해서는 결코 복음의 진미를 맛보는 오묘한 경지에는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복음의 참맛을 보기 원한다면 반드시 들은 것을 실행에 옮기는 행함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대 교인들은 실행력이 매우 약합니다. 듣는 귀는 발달했는데 행하는 말씀을 행하는 손과 발을 가진 교회와 교인들이 매우 적어진 듯합니다. 누가복음 10장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보면 어떻습니까? 레위인과 제사장은 말씀을 이미 들을만큼 들은 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오직 선한 사마리아 사람만이 손과 발로 사람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왜 비판의 도마에 올랐을까요? 듣기만 하고 잘 행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은 믿음의 특징은 단순히 선한 일을 행하지 않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악한 일에 잘 휘둘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생명력이 없는 죽은 믿음이기 때문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입니다. 하나로 뭉쳐야 할 교회가 사소한 감정으로 갈라지고 서로 반목과 대립을 일삼으며 심지어 세상 법정에 고소하기까지 하는 것은 교회와 교인들이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의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삶 속에서 들은 말씀을 적용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하지 않는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한국교회에 적지 않다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생활과 사회생활이 일치하지 않는 삶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닙니다. 그런 이중적 삶은 금속으로 만든 거울처럼 희미한 삶을 살아가는 삶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교회 출석하고 단지 설교를 듣기만 하는 데서 머물면 결코 능력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실천할 때 말씀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고 믿음과 행함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들은 말씀을 행함으로 순종할 때 놀라운 기쁨이 있고 거기에 존재와 행복의 가치가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은 믿음으로는 결코 생명의 말씀을 취할 수 없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와 같이 살아있는 말씀으로 은혜를 경험하는 한 날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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