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고 슬기로운 자의 길(27장 10-12절)

by 양재천목사 posted Sep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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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나 소중한 것들이 늘 가까이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깨닫지 못합니다.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정을 모르던 사람도 집을 멀리 떠나오거나, 타국에서 외롭게 생활하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람이 환난을 당하게 되면 먼저 가족을 생각하며 가족의 도움을 바라게 됩니다. 가족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시 되었던, 혈연적인 결속력이 그 무엇보다도 강하였던 고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10절의 말씀은 모순적인 것 같이 보입니다. “네 친구와 네 아비의 친구를 버리지 말며 네 환난 날에 형제의 집에 들어가지 말지어다.” 관습이나 고대의 예의상 가족과 같이 생각되었던 아비의 친구를 버리지 말라고 말하면서 환난 날에 형제의 집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하여 가지 말라고 명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 절의 핵심은 형제에게 도움을 청하지 말라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데에 있습니다. 즉 이웃의 가까운 친구는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보다 더욱 긴밀히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혈연관계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애정이 없는 가족들은 그의 환난을 외면하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반면 그와 가까이서 애정과 우정을 나눈 사람들은 그를 위로하고 돕고자 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무의미하고 명목적인 관계보다는 서로를 신뢰하는 가운데 사랑을 나누는 것이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고 지혜로운 것임을 교훈하고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관습상 지혜로운 아들이나 제자는 아비나 스승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축복이며 큰 명예로 여겼습니다. 본 절은 바로 이와 같은 사상을 반영한 것인데, 이를 통해 지혜로운 자녀는 아비의 마음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지혜로운 행동은 부모와 스승을 비방하는 원수들에게 그 비방이 무고한 것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 수치와 모욕을 안겨줌으로써 아비와 스승을 영광스럽게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당시 스승이나 부모는 자신이 가르친 제자나 자식의 결점과 약점에 대한 응당 책임을 지었습니다. 타인의 무고한 비난이 있다 할지라도 자식이나 제자가 그 가르친 바대로 살 때에는 그 부모나 스승은 기쁨을 느끼고 사람들 앞에서도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는 가운데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비가 쏟아져 내리기도 하고, 험한 길을 만나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헤매기도 하는 등 많은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많은 난관과 어려움들 가운데는 부딪혀서 돌파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때로는 돌아가고 피해야 할 일들도 있습니다. 이것도 지혜이고, 이것도 슬기로운 선택입니다. 무조건 부딪히고, 무조건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직진만이 바른 길이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는 우회길을 선택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멀리 돌아갈 줄도 아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것이 재앙인 줄 뻔히 알면서도 나가다가 해를 당하는 것은 용기도 아니고, 결단도 아닙니다. 무모함이고, 어리석음이고 무책임일 뿐입니다.
‘슬기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는 히브리어 원어상 ‘신중한 자’와 ‘단순한 자’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또 ‘재앙’은 ‘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목격하는 내용은 결국 ‘악’입니다. ‘슬기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는 결국 ‘악을 분별할 수 있는 자’와 ‘악을 분별할 수 없는 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매한 자는 지혜를 가까이 함으로써 악을 분별하고 거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진으로 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돌아가거나 피해서 가거나, 멀리 우회해서 가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조건 앞으로 전진해 나가다가 해를 당하거나 실패를 겪습니다. 분별력을 갖추어서 바른 길로 나아가는 은혜가 있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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