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셨습니다. 이후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전문점 문화가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상점마다 손님의 발걸음이 끈어지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커피사랑은 식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이 2021년 12월 30일 발표한 생활업종 월별 통계에 따르면 커피음료점 등록업체는 2020년 동기 대비 16.6%(약 1만1000점) 증가한 7만7543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전국 편의점 등록업체(약 4만6937점) 수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최초의 커피 하우스는 15세기경 터키 지역인 '오스만 제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여성들에게는 '남편이 매일 커피를 제공하지 못하면 이혼을 요구할 권리'가 있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고 합니다. 이후 유럽 전역에 커피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말부터였습니다. 당시 영국이나 프랑스의 커피 하우스는 ‘학문과 정치’의 중심지였습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페니 대학(Penny University)'으로 불렸는데, 커피값 1페니만 지불하면 정치, 예술, 문학 등의 토론을 경청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9세기에는 문학가,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페 플로리안(Florian)'은 문학의 거장 루소, 괴테가 자주 찾는 곳이었고, 프랑스에서 오래된 카페는 헤밍웨이, 피카소, 사르트르, 에디트 피아프, 카뮈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20세기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스타벅스’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탄생하였습니다. 1971년 원두 판매점을 운영하던 슐츠는, 밀라노의 에스프레소 바에서 영감을 받아 스타벅스를 에스프레소를 파는 카페로 변모시켜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커피 전문점이 되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즐기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공간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사이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확산되고, ‘카피스족’(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카페는 이제 휴식을 취할 뿐만아니라,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처리하고, 독서를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이라는 책에서 당시 사회의 모습을 세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제1의 장소는 가정, 제2의 장소는 일터(학교), 그리고 제3의 장소는 가정과 사회 외에 자연스럽게 만남과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지금까지 전통을 지키며 발달하게 된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비공식적인 모임장소인 제3의 장소(광장등)이 존재했으며, 그 장소는 도시를 상징하는 명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3의 장소는 현대에 와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친목을 도모하거나 만남을 통해서 삶을 나누는 공동체로써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로나-19에도 멈추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만남과 교제가 이루어진 제3의 장소는 카페일 것입니다. 오늘날 카페는 제3의 장소로써 과거에는 학문과 지성을 발전시켰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현대에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만남과 대화의 장이 펼쳐지면서, 세대간의 갈등이 아닌 공감이 일어납니다. 친교와 경청을 통해서 존중과 배려를 경험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어 새로운 공동체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교회는 제3의 장소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교회는 2000년 전부터 제3의 장소로써 역할을 감당해왔습니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며, 모이기에 힘을 썼습니다. 그곳에서는 기쁨과 순전한 마음이 흘러 넘쳐서 이웃과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였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은 온 백성(이웃)에게 칭송을 받으며, 구원받는 사람이 날마다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그곳에서 모인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 불렀습니다. 그들에게서는 커피 향보다 진하고,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향기가 난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곳에서는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보다 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만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교회는 이웃에게 영적 커피를 제공하는 맛집으로써 공간을 제공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제3의 장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