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7.09.15 14:01

맥추감사주일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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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추감사주일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절기입니다. 11월의 추수감사절과 의미는 상통하지만 보리추수 후인 7월 첫주에 감사를 드리는 점이 다릅니다.

맥추감사절과 추수감사절 모두 성경적인 근거는 초실절에 해당합니다. 이 초실절은 이름이 참 많습니다. 첫열매를 거두는 즈음이라 초실절로 이름하기도 하고, 보리추수이므로 맥추절, 유월절 이후 50일 정도 지나니 오순절, 이는 동시에 대략 49일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칠칠절 등이 그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율법의 요구를 이루신 이후인 지금은 율법이 정한 이 절기를 지킬 필요가 없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 절기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하나님의 절기로 예수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드러내는 예표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한국교회는 미국선교사나 호주선교사들이 추수감사절을 지내는 문화를 경험하고 난 후 역시 선교사들처럼 1년에 한 번, 추수감사절만 기념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는 추수감사절이 율법에 근거한 점을 미루어 먹고 살기 힘드니까 지키지 않고 그냥 넘어가자고 결정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나라를 빼앗기고 일본제국주의의 악랄한 수탈로 남는 것이 도무지 없는 절대가난 속에서 추수감사절과 맥추감사절을 모두 기념하여 감사하였습니다. 이것은 무식해서 율법을 따른 것도 아니며, 돈이 많아서도 아니며, 놀기 좋아해서 사치스럽게 잔치를 즐긴 것도 아니며,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닙니다.

맥추감사절은 그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감사를 잃지 않은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자발적인 감사예배였습니다. 그 동기가 결코 율법이 아니라 자유이며 사랑이며 감사였습니다.

간혹 맥추감사절의 성경적 근거가 율법임을 강조하며 맥추감사절을 기념하는 교인들을 무지몽매한 사람들로 격하하는 목소리야말로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맥추감사절은 나라를 잃고 몹시 어렵고 혼란한 때에도 넘치는 감사를 자발적으로 실천한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자랑스런 문화입니다.

어려울 때, 더욱 감사하기로 선택한 훌륭한 믿음의 선배들의 아름다운 전통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